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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포스터

비극도 의미를 담으면 희극

영화의 주인공 파이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이야기는 모두 배가 침몰하고, 가족은 사망하고, 본인은 극한 상황에서 고통을 받는 내용이나, 첫 번째 이야기는 의미를 담아낸 희극으로 끝나고, 두 번째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비극으로 끝난다.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가 더 맘에 와 닿는가? 

 

영화에서는 어디에서도 파이가 식인을 했다는 얘기는 없지만, 원작에서는 그런 뉘앙스의 소절이 나온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개봉할 당시 번역의 큰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이야기가 진짜 파이가 겪은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파이가 살고자 본성으로 식인을 했고, 이를 식충 섬에 빗대어 꾸며내 자신의 역경을 말하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남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의미를 담아낸게 아닌가 생각든다. 또한, 영화에서 나오는 호랑이 파커는 진짜 호랑이가 아닌 '파이의 본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특이하고 집념이 강한 아이

인도의 한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 파이, 그의 아버지는 동물원을 운영하신다. 파이는 특이하고 집념이 강한 아이다. 파이의 원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인, 발음이 오줌싸개와 비슷하여 친구의 놀림을 받는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파이라고 이름을 살짝 바꾸고, 친구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그런 파이를 비웃지만 원주율을 끊임없이 외우는 그를 보며 친구들은 박수를 친다. 그렇게 파이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의 위기를 극복하는 집념이 소년이었다. 파이는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에 대한 애착이 강한 소년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동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는 평생 자신의 집이 될 줄 알았던 고향과 여자 친구와의 이별이 슬프지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어느 이야기를 믿을지는 관중들의 몫

- 첫 번째 이야기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가 중년의 파이를 찾아온다. 소설가는 사람들이 파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신의 존재를 믿게 된다기에 어디 한번 들어보자 싶어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배를 타고 캐나다로 이민 가는 도중 폭풍을 만나 몇몇 동물과 파이만 빼고 바닷속으로 침몰하였다. 겨우 살아남은 건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그리고 파이이다. 그러나 배고픈 하이에나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사냥하고, 그 모습을 보고 파이도 곧 자신의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하지만, 때마침 호랑이인 리처드 파커가 나타나 파이를 살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파이와 호랑이만 남게 되고, 파이는 호랑이와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낚시하여 잡은 물고기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고 훈련시키며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나간다.

사람들이 제정신 아니라 생각할진 몰라도 파이는 파커 덕분에 본인이 살았다고 말한다. 호랑이의 존재가 두려웠지만 그 덕에 정신이 또렷해졌고, 호랑이와 함께 굶주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살아남았다고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내는 파이에게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치며 시련이 찾아온다. 파커와 본인만 빼고 모든 것을 다 앗아가자 죽음으로써 신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런데 인생을 포기하려 하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눈을 뜨니 미어캣 섬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은 마시고 씻을 수 있는 깨끗한 담수가 가득한 섬이었고, 파커는 여기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착각이었다. 낮에는 깨끗한 담수가 가득했지만 밤이 되면 이상한 화학작용이 반응해 물이 강한 산성을 띠면서 생명체를 죽이는 식충 섬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섬을 떠나기로 한다. 계속되는 시련 앞에서 좌절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더 겸허해지는 파이이다. 신은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시련을 가볍게 여긴다 생각했지만 신은 다 보고 계셨다고 말한다. 그건 자신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어떠한 더 큰 뜻을 가진 존재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이었다. 마침내 멕시코 해안에 도착하여 227일 동안의 긴 표류는 끝이 난다.

 

- 두 번째 이야기

구조된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된 파이에게 배가 가라앉는 원인을 찾고자 일본 선박회사 직원들이 찾아온다. 똑같이 첫 번째 이야기를 들려주는 파이. 그러나 그 이야기는 믿지 못하며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을 담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두 번째 버전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그의 두 번째 이야기에는 하이에나 대신 주방장, 얼룩말 대신 선원, 오랑우탄 대신 엄마가 등장한다. 주방장은 다리를 다친 선원을 그대로 두면 곧 죽게 된다며, 치료를 위해 다리를 잘랐지만 곧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치료 목적보단 낚시 미끼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엄마는 미끼를 만들기 위해 그랬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어느 날 파이가 바다거북을 놓쳤는데, 주방장은 식량을 놓쳤다며 파이의 머리를 때리고 화냈다고 한다, 결국 참을 수 없던 엄마는 주방장과 싸우게 되었고, 화가 난 주방장은 엄마를 바다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파이만 혼자 남겨져 태평양을 떠돌다가 구조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게 된다. 황당해하는 일본 직원과 소설가에게 파이는 한마디 던진다. ‘어떤 이야기가 더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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